2024년 3월 9일 토요일
혹시나 수술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마지막까지 마음 졸였는데 다행히 점심 무렵 수술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자정 무렵 수술 끝나서 중환자실로 들어갔다는 연락을 받았고 일요일 오전 중환자실 면회가 가능했다. 중환자실 면회는 하루 한번 정해진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30분까지만 가능하다. 뇌사자 간이식인 경우에는 생체이식 때보다 중환자실 입원 기간이 길어진다고 한다. 중환자실에서는 산호호흡기를 비롯해서 각종 장비들이 입과 코로 연결되어 있어 보는 사람이 미안할 지경이지만 다들 거치는 과정이려니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중환자실 간호사들을 포함한 의료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3월 14일에 면회 갔다 와서 적어 놓은 글을 지금 보니, 두 가지 진정제 쓰던 것 중 하나를 빼서 의식도 좀 있고 대답할 때 눈을 깜빡하라고 하는 것도 잘해줬다고 적혀 있다. 신장 기능이 안 좋아져서 몸이 엄청 부어 있고 체중도 늘어 있다. 투석 한번 진행해서 수치는 좋아졌으나 몇 번 더 해야 할 수도 있다. 2시간 간격으로 재활 선생님 오셔서 손발 운동 시켜주고 있고 어느 정도 움직여지면 인공호흡기를 뗀다고 한다.
수술 후 딱 일주일 지난 토요일 면회 때는 부기도 많이 빠지고 투석은 총 3회로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좋은 소식. 아직 호흡기 달고 있어서 말은 못 하지만 면회 간 큰 누나 손바닥에 울지 말라고 글씨도 쓰고 엄청 나아졌다. 다음날은 드디어 중환자실에서 병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 결국 일주일 하고도 하루가 지난 3월 17일에 아산병원 103 병동 1인실로 올라가게 되었다. 4월 4일 퇴원. 그 사이 폐에 물 빼는 시술도 하고 자잘한 시술들이 있었지만 간이식이라는 큰 수술을 겪은 뒤라 가족들에게는 이제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다. 잘 견뎌줄 거라는 믿음이 있고 무엇보다 아산병원에 대한 신뢰가 컸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젊은 아이라 회복도 잘 되고 지금은 퇴원 후 2주 간격으로 외래 다니며 면역억제제 양을 조절하고 있다. 아마 다음 달부터는 외래 텀도 더 길어질 것이다.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하겠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봤는데...
간이식은 드라마에서나 봤지 주변에서 본 적은 없었기에 참고할 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최대한 자세히 기록해서 나 같이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까먹은 것들 투성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귀한 결정해 주신 기증자와 그 가족분께 너무나 감사드린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들께도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잘 견뎌준 동생, 함께 걱정해 준 가족들에게도 감사! 모든 과정을 잘 견뎌 준 동생도 앞으로 자신의 몸 관리 잘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몫까지 더 행복하게 살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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