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기록

간이식 2 : 퇴원과 입원의 반복

소박이 2024. 6. 2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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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8일 일요일

요양병원에 입원한지 이틀이 지났을까. 암모니아 수치가 너무 높다고 퇴원 권유받고 급히 아산병원 응급실을 거쳐 입원하게 되었다. 다시 또 간성혼수. 지난 며칠간 아니 그 이후도 동생에게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동생 상태가 좋지 않아 진 건 나쁜 소식이지만 더 이상 이병원 저 병원 전전하지 않고 입원하게 되었으니 어찌나 다행인지. 우리 가족은 일단 간이식 가능한 병원으로 들어간 것만으로도 엄청 다행으로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 다른 곳도 아니고 간이식으로 최고라는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가족들은 얼마나 다행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최고의 시설에 최고의 의료진이 상주해 있으니 어쨌든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라는 위안도 되고....

 

입원하고 약 1주일 동안 동생은 간이식에 필요한 검사들을 받았다. 어떤 날은 상태가 안 좋아 예정된 검사를 못 받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 많은 검사를 다 받게 되었다.

 

이제 중요한 건 누가 동생에게 간이식을 해줄 것인지였다. 간이식은 뇌사자 간이식과 생체 간이식으로 나뉜다. 뇌사자 간이식은 말 그대로 뇌사자가 기증한 간을 이식받는 것으로 장기기증센터에 대기를 걸어놓고 환자의 상태를 점수로 매겨 가장 안 좋은 상태의 환자 순으로 기증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환자의 혈액검사 수치 중 빌리루빈수치, 신장수치 등을 이용해서 멜드(MELD)라는 점수를 매기게 되는데 그 점수가 거의 만점에 가까운 응급환자 순으로 기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생체 간이식은 환자의 가족들이 자신의 간 일부를 떼어주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장기기증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간이식은 생체 간이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기증자가 가족이 아니라면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고 한다. 장기매매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절차라고 한다. 

형, 누나 둘에 막내인 남동생에게 누가 이식을 해줄 것인가. 동생이 처음 응급실에 실려간 후로 형은 혹시나 하여 술도 입에 안 대고 있었지만 병원에서 상담을 해본 결과 검사할 필요도 없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예전에 아팠던 적이 있어서 수술은 위험하다고. 설상가상 남동생은 체중 90kg이 넘는 거구라 기증자의 간이 커야 한다는 것. 여성 기증자라면 한 명의 간으로는 안되고 두 명이 동시에 기증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누나 둘이 같이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상황. 십 년 전 출산 시 혈액응고가 늦어서 3주 이상 입원한 경험이 있는 나도 사실 기증자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인데... 내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4남매 중 3명이 수술대에 누워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 그것도 가족들에겐 쉽지 않은 선택이다. 

 

처음 입원할 때는 아산병원에서 몇 달이라도 있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검사가 끝나니 병원에서는 무제한으로 입원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퇴원해야 한다고 한다. 병원을 옮길 때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상황. 일단 누나들이 있는 경기 남부 쪽 병원으로 전원요청을 해놓고 어렵게 안양에 위치한 2차 병원으로 전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원하는 병원으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산병원과 협력체계를 갖춘 곳에서 받아줄 여력이 되어야 그것도 가능한 일이었다. 안양으로 옮기기 이틀 전이었나... 동생에게 항성제내성균이 검출되었다. 역시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의 등장이다. 내성균이 있으면 받아줄 병원은 더더욱 줄어든다. 격리 병실이 있어야 하고 환자와 접촉할 때마다 가운이며 장갑등을 착용해야 하니 병원으로서는 받고 싶지 않은 환자가 될 터이다. 계획은 변경되어 또다시 아산병원 진료협력센터와 의논을 거치게 된다. 결국 내성균 환자도 수용가능한 위례의 요양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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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의 요양병원은 다인실 격리병동으로 내성균 환자들을 모아놓은 곳이었는데 베드가 다 차 있진 않았지만 보이는 환자들을 보니 왜 요양병원인지 알 수 있었다. 젊디 젊은 동생을 그곳에 데려다 놓고 집에 가는 길이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밤 잠을 설치다가 꿈도 꾸게 된다. 동생이 아산병원에서 장기이식 대기 1순위가 되었다는 꿈... 깨고 나서 허무해지는 꿈. 그날 장기기증자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장기이식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장기기증등록도 해놓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동생의 투병이 몇 달이 될지 몇 년이 될지 예상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요양병원으로 옮긴 지 하루 이틀이 되었을까. 동생이 아산병원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하루나 이틀 뒤쯤 다시 아산으로 입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병원에 확인해서 물어보니 퇴원할 때 수치가 좀 안 좋은 게 있어서 입원하고 다시 보자는데 우리는 일단 아산병원으로 다시 간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너무 좋은 상황. 그리하여 다시 아산병원으로 재입원하게 되었는데(2024년 3월 7일) 전혀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듣게 된다. 뇌사자 간이식을 곧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  믿기지 않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동생의 멜드점수는 퇴원 전에 조금 떨어져서 당장 기증받는 것은 꿈도 못 꾸는 수치였다. 그 점수로는 통계적으로 3개월 내에만 이식을 받아도 빠른 수준. 환자가 그때까지만이라도 잘 버텨줬으면, 통계가 현실과 맞아떨어지기만 해도 다행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멜드 점수가 낮다는 건 환자의 상태가 아주 심각하진 않아서 다행이라는 거지만 그만큼 뇌사자이식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퇴원하는 날 피검 수치가 안 좋아지는 바람에 멜드점수가 올라간 듯했고 기적적으로 동생이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내가 꾼 꿈이 예지몽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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